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
브랜드 없는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마케팅
박천욱
2022-07-07
출처: YES24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상품에서 색과 장식을 빼면 어떻게 될까? 이 상품은 디자인을 조금만 바꾸면 훨씬 편리해질 것 같은데..

즉 장식이 달려 있거나 무언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형태의 상품만 보면 무인양품이라면 이걸 어떻게 바꿀까? 하고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 업무는 일본 전역은 물론 전 세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흡수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세상 어딘가에서 옛날부터 쓰였던 도구나 옷 등에는 그만큼 오래 쓰인 이유가 있다. 

개발자는 그 본질적 이유를 찾아서 무인양품의 사상과 결합시킨 후 상품으로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 무인양품은 전 인류의 지혜를 모아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세상에 선보인다. 

무인양품의 상품 개발자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무인양품이 이렇게 전 인류의 지혜를 흡수하고자 노력하며 개발한 상품들이 마침내 일본을 넘어서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인양품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인 심플함은 나라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무인양품은 브랜드라기보다 하나의 개념에 가깝다. 브랜드명과 회사명에는 대개 창업자의 이름이나 사업 내용, 지명 상징적인 상품명 등이 붙기 마련이지만 무인양품의 경우에는 콘셉트가 그대로 브랜드명이 되었다. 

이 무인양품(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상품이라는 뜻)이라는 콘셉트는 상품 개발 등 모든 사업 활동의 원칙이 되고 있다. 

이 거대한 콘셉트의 상품 무인양품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자. 


Ⅰ. 세계적으로 히트한 상품

아로마 디퓨저

에센셜 오일의 향기를 실내에 분사하여 확산시키는 기구다. 디자인은 심플 하지만 타이머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흰 갓 모양의 커버가 씌워져 있어 불을 켜면 간접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좋은 향기를 맡으며 편안히 쉬거나 재충전하기를 원하는 인간 공통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가전제품이라서 국가별, 지역별 법규와 콘센트 형태, 언어 등에 따라 사양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젤 잉크 볼펜, 문지르면 지워지는 볼펜 등의 필기구

무지의 볼펜 등 필기구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일본인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잉크가 끊임없이 나오는 데다 줄줄 새지 않는 일본제 필기구의 품질은 어디에서나 호평을 받고 있다. 

무지의 문구는 그런 기본적 신뢰 위에 있기에 대체로 인기가 높다. 

참고로 유럽의 경우 최근까지도 문구 전문점이 백화점 안에만 입점해 있었으므로 품질과 구색 면에서 무지에 경쟁할 만한 브랜드가 없었다. 

따라서 심플하고 품질 좋은 문구를 무지에서 찾으려는 고객이 매우 많아 일본보다 유럽에서 문구 매출 구성비가 더 높았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평범하게 여겨지는 상품이지만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춘 특별한 제품이라는 반응을 얻고 히트한 경우가 많았다. 

PP 수납함 (반투명 폴리프로필렌 수납 용품)

얼핏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수납 용품이지만, 엷은 흰색의 반투명한 색상과 여러 개를 안정적으로 쌓아 올릴 수 있도록 정확하게 모듈화 한 사이즈는 일본 제조업의 높은 기술력 덕분에 구현할 수 있었던 사양이다. 

순수함이 돋보이는 반투명 소재는 색을 입히는 공정을 생략한 결과물이다. 사실은 색을 입히는 편이 제조하기가 더 쉽다. 

소재가 얼룩덜룩하거나 속에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색을 입히면 깔끔해지기 때문이다. 

아크릴 수납함

아크릴은 재생 종이, 알루미늄과 함께 가장 무지다운 소재로 손꼽힌다. 장인이 아크릴 판을 한 장 한 장 붙여서 만든 무지의 아크릴 수납함은 투명도와 조립 정밀도 등이 매우 높아 전 세계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또 무색투명한 데다 무늬나 브랜드 마크조차 붙어 있지 않으므로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그래서 업무용으로도 쓰이고 레스토랑과 각종 판매점의 비품으로도 쓰인다. 

심지어 무지의 아크릴 수납함에 식품을 담아 손님에게 접대하는 레스토랑을 본 적도 있다. 


Ⅱ.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염색을 생략하다. 

무지의 상품을 기획할 때 창업 당시부터 중시되었던 세 가지 원칙이 있다. 공정의 개선, 소재의 엄선, 포장의 간소화다. 

예를 들어 언젠가부터 무지를 대표하게 된 에크루는 원단의 염색과 표백 공정을 생략함으로써 탄생한 색상이다. 

처음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정을 생략했지만 결과적으로 면 자체의 느낌이 최대한 살아난 상품을 얻을 수 있었다. 

공정을 생략함으로써 상품의 매력을 더욱 향상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무지는 소재를 선정할 때 재활용 가능성을 항상 고려한다. 

공정을 개선하여 기존에 존재했던 상품을 변경하는 것 역시 무지 상품 개발팀의 업무다. 특히 색, 장식물, 소재를 변경하는 일은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착색을 생략하면 소재의 색이 도드라져 상품의 분위기가 더욱 내추럴해진다. 

이유를 전달한다. 

무지는 왜 이런 상품을 만들었는지를 고객에게 반드시 알리려 한다. 무지가 탄생했을 당시의 광고 문구도 이유 있게 싸다 였다. 

무지 상품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은 양품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무지는 그 이유를 전달함으로써 무지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무지는 언제나 설명을 중시한다. 그래서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태그다. 

양품 계획의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은 태그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상품 라벨의 레이아웃을 만들고 그 안에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고지타니 히로시 씨였습니다.

고지타니 씨는 당시 프랑스에서 포도주 라벨을 디자인하고 있었는데, 포도주 라벨에는 산지와 포도의 품종 등, 상품의 이력이 상세히 기록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무인양품의 상품 라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상품 라벨에 소재나 가격, 개발 배경 등의 이유를 기재한 일용품 따위는 없었습니다. 

즉 그때까지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과 철학을 솔직히 전달하는 일용품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Ⅲ. 끊임없이 묻는다 – 무지란 무엇인가?

참고로 양품 계획의 기업 이념 중 양품 비전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에 양품의 정답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즉 양품 계획의 개발자는 무지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동료, 고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대에 맞는 무지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무지는 시대를 따라 흔들리면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본질을 유지한다. 

예전에 나는 이 양품 비전이 무지의 특징은 분명히 표현하지만 한 기업의 비전으로서는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비전이란 자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상을 지향하는지 규정하여 사원과 고객, 사회에 공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일본인의 자연관에서 출발한 브랜드

무지는 원래 종합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88년 상표 없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만든 주체는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당시 아트 디렉터였던 다나카 잇코를 중심으로 지금도 양품 계획 고문단의 일원이자 생활 양품 연구소의 소장으로 활약하는 고이케 가즈코 등이 편집을 맡았다. 

이 책에는 지식인, 문화인들의 다양한 해설이 자연스럽게 무명으로 심플하게 글로벌하게라는 테마에 따라 정리되어 있다. 

전 세계의 자연, 생활, 주거, 도구, 의류, 음식을 찍은 사진들도 실려 있다. 

이 책은 무지의 상품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서 무지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무지의 콘셉트 그 자체를 전달한다. 무지의 상품 개발자는 존재하지 않는 매뉴얼 대신 무지의 사상을 전달하는 이 책을 교과서처럼 활용한다. 

개발자들은 상품 개발을 하다 고민이 생겼을 때 이 책을 훑어본다. 그러면 거기 담긴 세계관이 힌트를 준다. 이 책은 그런 존재다. 

자연스럽게, 무명으로, 심플하게, 글로벌하게는 지금도 무지의 근간을 이루는 사고방식이다. 

무지의 브랜드 콘셉트는 형식지가 아닌 암묵지로서 복식 잡화, 생활 잡화, 식품 등 다양한 분야를 한 방향으로 향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분야별 상품 개발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무지의 브랜드 콘셉트는 말로는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 

다만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인들이 고문단으로 모여 무지란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토론하며 이미지를 다듬어나가고 있을 뿐이다. 


 [ 글을 마치며 ]

무인양품이라는 단어의 뜻 자체가 상표 없는 좋은 품질의 상품이라는 뜻이라는 것이 매우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무인양품은 뭔가 저렴하기만 하고 제품에는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는 천 원짜리 샵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제품력에서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제품의 본질에만 집중을 해서 사용자들이 특별히 다른 부수적인 기능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게 해 주고 한 번 사용한 사람들은 주변에 무인양품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게 되는 선순환 루트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무인양품의 철학은 한 가지 본질적인 기능에만 충실하다면 다른 기능을 제외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상품을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에는 본질적인 기능 외에도 다양한 마케팅 기업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고 가격이라는 요소와 맞물리면서 선택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서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구독 경제나 공유경제와 그 뜻을 같이한다고 생각을 해볼 수 있겠다. 

이전에는 한 번 소유를 한 다음에는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피드백을 만들어낸다. 

제품의 실사용은 이렇다는 식의 리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서 어딘가에 올리기도 하면서 소극적인 소비 형태에서 적극적인 소비형태로 소비자들이 바뀌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험을 타인과도 공유하면서 시장에 참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제품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이 고민의 핵심은 결국 제품의 본질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그 본질에만 집중을 하고 사용자들이 본질적인 차별점을 느끼게 된다면 그 제품은 양품 =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주목한 것이 무인양품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마케팅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제품의 본질적인 목적에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서 차별화를 이루어내려는 노력이 바로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차별점을 소비하는 순간이 아닌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족도를 얻고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철학은 어찌 보면 장인정신과도 맞닿아 있을 수 있고 최고를 지향한다는 마스터피스를 만들겠다는 욕심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내 삶에도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그 과정을 잘 진행시키고 있는지 고민을 해보도록 해야겠다. 

참고 도서 : 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

박천욱
에디터
1만권 독서하고 전세계를 여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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